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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으로 보는 세상]굿과 사기 경계선은 어디일까

입력 | 1998-06-14 19:48:00


무당이 돈을 받고 해주는 각종 굿과 사기의 경계선은 어디일까.

96년 8월 이모씨(여)는 서울 옥인동의 한 점(占)집에 갔다가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무속인 도경숙(都京淑·여)씨로부터 “굿을 하지 않으면 당신과 아이들이 칼침을 맞아 죽고 가정에 피바람이 불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겁에 질린 이씨는 세 차례에 걸쳐 7백만원을 주고 굿판을 벌였다.

서울 신교동에 사는 김모씨(여)도 도씨로부터 “남편이 다른 여자를 사귀고 있는데 굿을 하지 않으면 남편이 죽든지 자살한다”는 말을 듣고 4천5백만원이나 주고 굿을 했다.

서울지법 형사3단독 최재형(崔在亨)판사는 13일 “상대방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거짓말을 하고 거액을 챙긴 점이 인정된다”며 도씨에게 사기죄를 적용,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최판사는 “주술행위는 효과에 대한 증명이 불가능한 만큼 대부분 사기에 해당하지만 사회통념상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술행위가 정신적 위안을 주는 측면도 없지 않고 전통 관행이기 때문.

최판사는 그러나 “터무니없는 거짓말에다 상식을 뛰어넘는 거액을 받을 때는 명백한 사기죄”라고 말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