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든 피아니스트 등장. 피아노 앞에 앉아 시계 주시(注視). 아연해진 관객 사이에서 수근거리는 소리. 정확히 4분33초 경과. 피아니스트 시계 들고 퇴장.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의 ‘4분33초’다.
16일 오후7시반 호암아트홀에서 공연되는 ‘피아노가 있는 풍경’중 벌어질 ‘풍경’이다.
‘피아노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주최하는 새로운 개념의 콘서트. 고전음악과 전위작품 그리고 노영심의 대중음악이 어울리지만 모든 사람의 귀를 어설프게 맞춰주려는 콘서트는 아니다. ‘악기의 왕’으로 불리는 피아노. 이 희한한 ‘기계’를 사람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어떻게 바라볼까. 그 시선들을 한가닥씩 모아 하나의 구체적 상(像)으로 짜보려는 음악회다.
1부 제목은 ‘혼자 그리고 여럿이’. 피아니스트 박은희의 진행으로 ‘여러 악기속의 피아노’가 조명된다. 독주, 2중주, 3중주, 4중주로 불어나는 다른 악기와의 어울림을 통해 서양음악속 독특한 피아노의 위치를 재발견한다.
2부는 노영심이 진행하는 ‘일상 그리고 축제적 파격’. 노영심이 모차르트풍으로 편곡한 김민기의 ‘작은 연못’, 재즈 아티스트 신관웅이 편곡한 ‘거슈인 모음곡’ 등이 펼쳐진다. 1부에서는 유난희의 발레, 2부에서는 홍정혜 김진경의 판토마임이 어우러져 장르를 넘나드는 무대가 된다.
‘4분 33초’를 들고 무대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장. 청년시절 피아니스트로 무대에 섰던 이교장은 2부 콘서트에 이어지는 ‘피아노가 있는 대화’시간에 쇼팽의 왈츠와 야상곡 등 배경음악을 연주한다. 작곡가 이영조가 피아노의 개성과 역할을 소개하고, 김문환 한국문화정책개발원장이 피아노를 미학적 관점에서 설명하며 관객과 대화한다.
이교장은 “경제적 위기속에 진정한 의미의 축제가 없는 현실이 더욱 답답했다”며 “피아노를 주제로 공연자와 객석이 순도높게 어울리는 축제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피아노 연주를 잊어 걱정도 되지만 서툰대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기쁨을 전해주겠다”는 각오. 02―958―2756(한국예술종합학교발전기금)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