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구기동 그의 집 부근에서 87년 대통령선거 이래 상도동 진영을 도와온 오순열(吳順烈·54·무직)씨 등 5명에 의해 납치됐으나 15분여만에 탈출했다.
납치 주범 오씨는 범행 13시간만인 이날 밤 10시40분경 인천 남구 주안동 자신의 집 근처 다방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오씨를 상대로 범행동기를 조사하는 한편 김진구씨 등 오씨가 밝힌 공범 4명의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오씨는 경찰에서 “87년과 92년 대선 당시 김전대통령에게 도움을 줬으나 김전대통령이 집권 후 면담을 회피해 현철씨를 협박해서 도움을 받으려 했다”며 “현철씨를 납치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차를 같이 타고 가며 도움을 요청하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오씨는 또 공범과의 관계에 대해 “서울과 인천의 자주 다니던 다방에서 알게 된 친구들”이라고 진술했다.
한편 현철씨는 이날 오전 9시40분경 집 가까이 있는 북한산 승가사길로 등산을 가던 중 구기파출소로부터 2백여m 떨어진 등산로 입구에서 오씨 등에 의해 납치됐다. 오씨 등은 경찰제복으로 위장한 일행 한명을 내세워 길을 가로막고 현철씨 승용차를 세운 뒤 운전사 연제광(延濟廣·44)씨를 “조사할 게 있다”며 내리게 한 뒤 현철씨만 태우고 7백m 가량 떨어진 구기터널쪽으로 달아났다.
현철씨는 납치된 뒤 오씨 등 범인 2명과 달리는 승용차 안에서 격투를 벌이며 저항하다 차량이 구기터널을 빠져 나오면서 잠시 정지하는 틈을 이용해 뒷문을 열고 탈출했다.
현철씨가 탈출하자 오씨 등은 승용차를 서울 은평구 불광동 국립환경연구원 앞에 버리고 인천으로 도주했다. 경찰은 승용차 뒷좌석에서 범인들이 버리고 간 오씨 소유의 5연발 가스총과 다이너마이트 8개, 소형 녹음기 등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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