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17일 5대그룹 계열사 20개 안팎이 포함된 50여개의 퇴출대상 부실대기업 명단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정부는 그러나 이날 보고된 부실기업 판정결과가 금융권 자료에만 의존해 실제 부실기업을 가리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의 5대그룹 내부자거래 조사자료를 활용해 재검토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부실로 판정받아 정리될 대기업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밝혔다.
금감위는 부실기업 명단을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18일 발표할 예정이지만 공정위 자료를 통한 재검토에 시간이 걸리면 경제대책조정회의가 열리는 19일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5대그룹 계열사 가운데는 삼성 6∼7개사, 현대 4개사, 대우 2개사, LG 3개사, SK 4개사 등이 부실판정 대상으로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협조융자를 받고 있는 그룹중 부도 후 화의 또는 법정관리가 결정되지 않은 뉴코아 해태 등의 계열사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금감위 관계자는 “자동차 중공업 등 5대그룹 중복사업부문은 상호지급보증 등을 당장 해결하기 어려워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금감위는 후속적으로 5대그룹 중복사업부문에 대한 심사에 착수하는 등 추가적인 부실기업 정리를 계속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이날 부당 내부거래 직권조사를 30대그룹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5대그룹의 경우 현재 진행중인 18개 계열사에 대한 조사를 금주안에 마무리짓고 다른 계열사로까지 조사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은행들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기업구조조정팀(워크아웃팀)을 구성해 부실로 판정되는 기업과 협의해 청산 매각 합병 화의 법정관리 등 여러 방법으로 정리해나가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정리대상기업 명단 발표와 은행의 구조조정에 따라 일어날 지도 모를 돌발사태에 대비, 위기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부장관은 이날 김대통령에게 “퇴출기업과 거래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의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한 종합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한국은행을 통해 통화량을 늘려 시중 자금의 유동성을 높이는 한편 이달과 7월중에 중소기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이를 위해 올해중 은행권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규모를 12조5천억원에서 13조5천억원으로 늘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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