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유화 삼성자동차 LG반도체 등 3개 기업간 ‘빅딜(사업교환)’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쪽은 어딜까.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나 금융권이 ‘등가(等價)’를 맞춰줄 것으로 보이지만 빅딜 대상만을 놓고 보면 삼성측이 가장 유리하다는 게 재계의 평가.
▼현대〓자동차산업 전문가들은 현대가 삼성차를 인수해도 당장 시너지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연산 1백65만대 체제인 현대에 삼성의 24만대 체제를 더해도 세계적으로 적정규모인 2백50만대 체제엔 여전히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장부상으로만 2조6천원에 이르는 삼성자동차 부채와 생산 차종이 현대와 겹치는 것도 빅딜 매력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미래의 경쟁업체를 미리 흡수, 시장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이점을 무시하긴 어렵다. 삼성차를 인수할 경우 기아자동차 해법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LG에 넘겨줄 것으로 알려진 대산 유화단지는 에틸렌기준 국내 최대인 1백만t 체제. 현대 관계자는 “한해 1조9천억원의 수입을 올려 2000년엔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밑지는 장사”라고 불만이 대단하다.
▼LG〓현대유화를 넘겨받으면 단번에 1백63만t 체제를 갖춰 국내 총생산량 32%를 차지하는 매머드 유화회사로 부상한다. 그러나 LG화학 LG석유화학 등이 범용(汎用)제품보다는 기능성 특수수지 쪽으로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있고 유화경기가 바닥세여서 현대유화 인수로 덤터기를 썼다는 입장. 대산단지와 LG 주력 여천단지가 멀리 떨어져 있고 LG가 감가상각이 거의 끝난데 비해 현대는 향후 10년이 더 걸려 이것도 큰 부담.
반면 LG반도체는 세계적인 수준의 공정기술을 지녀 생산성은 높지만 설계역량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거액의 투자가 필요한 시점. 그룹 고위층은 이 때문에 삼성에 반도체를 넘기는 것과 외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웨이퍼 12만장 처리능력을 가진 LG반도체가 삼성으로 넘어가면 모두 28만장 처리능력을 보유, 세계 반도체업체중 3,4위권을 이루게 된다. 메모리분야에선 25%이상의 최대 점유율로 가격결정력이 더욱 강해질 전망. 장기공급 물량을 더욱 많이 확보, D램반도체의 가격급락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히타치방식인 LG반도체에 삼성측 공정기술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반면 지금까지 2조6천억원을 투입한 삼성자동차를 넘기는 데에는 찬성의 목소리가 삼성내에서 적지 않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기아를 인수하지 못한다는 전제하에서 빅딜이 명예롭게 자동차사업을 포기하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
▼빅딜하지 않았을 경우〓전문가들은 빅딜이 당장 시너지효과를 내기는 어렵지만 거꾸로 각 그룹이 빅딜대상 업체를 나름대로 끌고갈 경우를 감안하면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삼성의 자동차나 LG반도체 등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수조원의 추가투자가 불가피해 현실적으로 재원마련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좀 무리가 따르더라도 장기적으론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