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감독이 월드컵현장에서 전격 해임됐다.
‘그라운드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장수’가 바뀌는 전무후무한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분노로까지 치솟는 국민감정을 추스르고 팀분위기를 일신하면서 또 한편으로 불똥이 다른 쪽으로 튀지 않도록 하는 차원에서 내려진 극약처방인 듯하다.
그는 자진사퇴를 거부했다. 경기에 졌다고 불쑥 사표를 던지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했다. 호사가들의 의표를 찌르는 몸짓이었다.
축구인들로 구성된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프랑스 현지에서 그를 전격적으로 해임했다.
온 국민의 목마름을 풀어주기는 커녕 갈증을 더욱 증폭시킨데 대한 단죄였고 차감독이 이를 피할 길은 없었다.
멕시코전에서 선수기용의 혼란을 빚어 역전패한데 이어 네덜란드전에서 어이없는 참패를 당했다는 점에서 그는 비난의 표적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한국축구의 한 궤를 차지하는 인물이요, 앞으로도 한국축구와 함께 갈 지도자다.
전임대통령이 온전하게 물러나지 못하는 풍토이듯 역대 한국축구감독도 상당수 이런 전철을 밟아왔다. 좋은 선례가 아쉬운 때 또다시 악연을 이어간 것이다.
그는 특히 어린이에게 친근한 스포츠맨이자 축구우상이다. 그에게 오늘의 패배에 대한 모든 책임을 넘겨서야 되겠는가. 한국 축구의 내일은 오늘 이상 중요하다.
〈이재권기자〉kwon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