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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리뷰]KBS「킬로만자로의 표범」…돋보인 실험성

입력 | 1998-06-22 20:44:00


방영 절반을 넘긴 KBS 8부작 월화미니시리즈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실험성이 눈길을 끌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파격적인 캐스팅. 의도적으로 배역을 비틀었다는 설명이 정확할 만큼 실험적인 캐스팅 전략은 중견에서 신인까지 배우들의 이전 이미지를 ‘뱀껍질 벗기듯’ 1백80도 바꾸는 데 성공했다.

국회의원까지 지낸 이순재가 가부장제의 터줏대감 이미지 대신 맡은 베테랑 킬러 ‘노교수’역이 대표적. 이전까지 곱상한 조역만 맡았던 정준호는 터프한 ‘최민수류’ 주인공 ‘창우’역이 썩 잘 어울린다. ‘투캅스3’에서 가슴을 반쯤 드러냈던 액션 히로인 권민중은 지극히 여성스러운 배역으로, 국제전화CF로 줏가를 올리고 있는 코미디언 이재포는 어느새 넉넉한 이웃집 아저씨로 변해 있다.

돌출적인 캐스팅외에도 ‘킬리만자로…’의 실험성을 엿볼 수 있는 것은 공간을 넓게 쓰는 화면처리와 절제하다 못해 억제된 대사. 화려한 카메라워크와 종종 필터 렌즈로 연출된 몽환적 화면은 연출자 이응진PD의 탐미주의적 성향을 잘 반영한다.

하지만 이런 실험성이 하드웨어인 극적 장치에서 대부분 발견된다는 데 ‘킬리만자로…’의 한계가 있다.

특히 군데군데 엉성한 플롯은 이 드라마가 추구하는 실험성을 갉아먹는다.

창우의 조카가 의문의 죽음을 당해 창우가 킬러로 변신해도 시청자는 별로 놀라지 않는다. 그동안 창우가 불만 가득한 이미지를 내보인 것이 이에 대한 복선이었음을 충분히 알고 있는 탓이다. 결국 ‘킬리만자로…’는 노교수와 창우가 펼치는 ‘권선징악’ 구도로 전개되는 이야기라는 것이 그리 어렵지않게 머리 속에 그려진다.

연출자인 이응진PD가 1년동안 구상했다는 ‘킬리만자로…’의 실험성은 ‘역시나’에 그칠 것인가. 그가 드라마사상 최고 시청률을 올렸던 ‘첫사랑’에서 보여준 연출력은 ‘킬리만자로…’에서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