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유 시중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지불능력 부족을 이유로 폐쇄됐다.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21일 하이난(海南)성에 있는 하이난발전은행을 폐쇄하고 이 은행의 모든 자산과 부채는 총자산 기준 중국내 최대 상업은행인 중국공상은행이 떠맡는 방식으로 파산정산절차를 밟도록 했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하이난발전은행의 대외부채도 공상은행이 지급보증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1978년 시장경제를 채택한 이후 국유 시중은행이 자금부족을 이유로 폐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주룽지(朱鎔基)총리가 공언한 중국의 금융개혁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하이난발전은행은 일반고객에게 예금을 받아 지방개발 프로젝트에 주로 대출해온 중국식 시중은행으로 95년에 설립됐다. 이 은행은 특히 작년말 정부의 금융개혁 방침에 따라 60여개 농촌신용사(신용협동조합)를 흡수합병하면서 자금사정이 급속히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이에 앞서 세계은행(IBRD)의 차관을 농가에 전담지원하는 농업신탁투자개발공사와 구이저우성(貴州省)의 소규모 신용사 등 2개의 금융기관이 폐쇄된 일이 있으나 이들은 불법금융거래 때문에 폐쇄돼 하이난발전은행과는 경우가 다르다.
현지소식통은 “최근 왕샤오펑(汪嘯風)하이난성 성장이 발전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주룽지총리를 면담하기도 했으나 결국 폐쇄됐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난발전은행의 폐쇄에 이어 역시 하이난성에 있는 후이퉁(匯通)국제투자신탁공사의 폐쇄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금융기관은 코오롱 등 6개 한국기업의 수출대금 1억달러(약 1천4백억원)의 결제를 미루고 있어 폐쇄될 경우 한국측의 대금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황의봉특파원〉heb86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