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소는 통일의 꿈을 안고 사람도 못가는 휴전선을 넘어 북으로 갔다.
그런데 이 땅의 경주마는 앞으로 달리기는 커녕 이름도 생소한 문화관광부에 정을 붙이기도 전에 농림부로 되돌려 보내진다고 한다. 이른바 ‘한국마사회’의 소관부처 이전 문제다.
지금 문화계는 총체적 위기 국면에 처해 있다. 남들처럼 죽는 소리를 내지 않고 있을 뿐이다. 문화가 있어야 민족의 미래가 있다는 명분을 앞세웠을 망정 정부에 문화예술인들의 실업 대책을 세워달라고 보챈 적도 없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보여준 새정부의 태도는 당분간 문화는 없어도 좋다거나 아니면 지금까지 잘도 버텨왔으니 계속 너희끼리 버텨보라는 식이다. 소위 구조조정이라는 미명아래 도서관 박물관마저 민간에 위탁해 자생의 길을 찾아보라는 데서도 드러난다.
그밖에 새정부가 문화에 대해 한 일이라고는 ‘문화체육부’에서 체육을 떼어내고 관광을 덧붙인 해프닝을 벌인 것이 고작이고 이제 마사회마저 떼내려고 한다.
마사회를 떼내려는 것은 물론 마사회의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거기서 나오는 막대한 수익금을 보다 ‘중요한’ 다른 곳에 쓰겠다는 것이며 따라서 현재의 쓰임새는 덜 중요하다는 인식에 기인한 것이다.
김대중대통령은 취임사 이래 기회 있을 때마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임을 강조해왔는데 문화마저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하여 자생적으로 발전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이 정부의 시각인지 묻고 싶다.
정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