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방위 임무를 군이 아닌 운전사나 어부가 수행하고 있다.”
96년 9월 강원 강릉 무장간첩사건에 이어 22일 속초 잠수정사건이 발생하자 군의 무방비 상태를 이같이 비꼬는 사람이 많다.
북한군이 우리 영해를 안방처럼 들락거리는데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군이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는 비판에 군 관계자들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군사기술상 잠수함 침투는 궁극적으로 차단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중의 잠수함을 탐지하는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나 잠수함이 이를 피하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더욱 빠르고 개발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 잠수함의 탐지방식은 크게 비음향(非音響)탐지와 음향(音響)탐지가 있다. 비음향탐지는 시각 레이더 적외선 전자파 등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쌍안경 등 보조장비를 이용한 시각감시는 시력의 한계가 있고 레이더 적외선 전자파에 의한 감시는 물위로 떠오른 잠수함의 부위가 적을 뿐더러 큰 파도와 혼돈되기 때문에 탐지해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음향탐지는 잠수함이 수중에서 내는 엔진가동음을 감지해 위치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비음향탐지보다 신뢰성이 높아 해군은 대잠함초계기 함정 등에 설치된 음향탐지기(소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음향탐지에는 음향이 물에 흡수되는 전달손실, 물의 수온에 따라 음향의 방향이 변하는 굴절, 새우나 고래 등 어류의 이동음과 한류 난류의 충돌음 등 배경소음, 유사표적(암반 어군 침몰선박) 등 방해요소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잠수함이 함정의 접근을 먼저 안다는데 있다. 함정과 잠수함이 같은 성능의 소나를 장착하고 있다 하더라도 함정의 디젤엔진 소음이 잠수함의 엔진소음보다 크기 때문이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