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잠수정이 또 속초 앞바다 우리 영해에 침투했다. 96년 강릉지역 연안침투에 이은 유사사건이다. 모처럼 움트는 남북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북측의 이중적 돌출행동이 아닐까 우려된다.
최근 들어 남북간 해빙무드는 뚜렷했다. 정주영(鄭周永)현대 명예회장의 육로(陸路)방북에 이어 유엔사―북한군간 장성급대화가 이루어졌다. 8·15축전 공동개최도 북측이 실무회담을 거부했지만 우리 정부는 어떻게든 성사시키자는 입장이다. 주변 국제환경도 한반도 안정에 긍정적이다.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중국방문 기간중 미중정상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양국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같은 전반적 대화기류 속에 북한군 잠수정이 우리의 영해 물밑을 뚫고 나타났다. 사태의 본질이 혼란스럽다. 군당국과 정부는 잠수정의 침투목적과 임무를 정밀조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대응수위를 정해야 하겠지만 현시점에서는 과잉반응도, 안일한 자세도 모두 금물이다. 대북정책 전반을 균형있게 생각하면서 냉철하게 대처해야 한다.
잠수정이 통상훈련이나 정탐활동 중 표류한 것인지, 아니면 간첩 남파나 도발 파괴가 목적인지가 중요하다. 이 사건을 보는 국민의 눈도 그렇다. 단순사고라면 기업의 대북투자 활동과 높아가는 이산가족 찾기의 기대 등 전반적인 남북화해 기류를 가능한 한 흐트러뜨리지 않는 것이 소망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통상훈련이라 해도 영해침투가 분명한 이상 정전협정 위반 책임을 엄중히 따져야 한다. 북한은 96년에도 잠수함 침투를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재발방지 약속은 거짓임이 드러났다.
만일 고의적인 도발이라면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도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이다. 북한의 도발까지 감싸는 화해정책은 곤란하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도발불용을 대북정책 3원칙 중 하나로 천명한 바 있다. 잠수정 침투가 공격성이라면 북한은 테러국가임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최근 김대통령이 대북제재 완화를 제안했지만 미 행정부도 도발하는 나라를 제재리스트에서 뺄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의 잠수정이 표류해 왔든 도발 침투했든 영해가 뚫린 해상방위의 허점은 큰 문제로 남는다. 지금 이 시각에도 동해안이 북한 침투에 무방비로 열려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군당국은 깊이 새겨야 한다. 운전기사의 시민정신으로 구멍뚫린 해안을 막을 수 있었던 강릉침투 직후에도 국방당국은 철통방위대책을 다짐했었다. 아무리 화해기류가 무르익어도 국방안보는 철통같아야 한다. 이번 사건을 포괄적 대북정책에서 분리해 별도 군사사건으로 다루겠다는 정부노력도 그런 조건이 갖추어진 뒤 가능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