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괴담’이 상영되는 극장안은 극장같지가 않다. “어쩜 우리학교랑 똑같니…” 관객들은 끊임없이 얘기하고 괴성을 질러댄다.
게다가 요즘 일부 여학교에선 “겨울에 죽은 학생이 반팔 교복을 입고 나타났다더라” 등 괴담같은 얘기가 떠돈다. 이같은 ‘여고괴담 신드롬’을 만들어낸 박기형감독(31)은 공포영화를 무서워할 것같은 작은 체격과 동안(童顔)을 가지고 있었다.
“고등학교때 더이상 교사에게 배울게 없으니 학교 그만두겠다고 했었죠. 무지하게 맞기도 했는데, 그런 상황이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를 듣고 정말 공포스러웠습니다.”
학생들이, 그리고 영화와 비슷한 학창시절을 보낸 관객들이 그동안 억압당했던 감정을 극장안에서 터뜨리는 것 같다는 풀이. 그러나 박감독은 영화를 ‘즐기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귀신이 아니면서 너무나 귀신같이 보이는 극중 인물(정숙)을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왜 감독은 귀신이 아닌 아이를 자꾸 귀신처럼 보이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학교 자체가 멀쩡한 학생을 귀신처럼 만든다는 말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결국 귀신이 되잖아요.”
영화 속에서처럼 똑같은 학생이 9년이나 학교를 다녀도 실제로 기억 못할 수 있다는 말을 몇몇 교사로부터 들었다는 그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의 얼굴까지 기억할 수 있는 학교가 된다면 교육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겠느냐”고 했다.
아주대 산업공학과 중퇴의 학력. 22살까지는 영화를 생각해본 적도 없었지만 친구따라 ‘파랑새 영화사’에 들렀다가 “영화가 뭐길래 저토록 목숨걸고 궁상을 떨까”가 궁금해서 학교를 그만두고 영화 공부를 시작했다. ‘구미호’조연출 뒤 단편영화 ‘과대망상’으로 지난해 LA국제단편영화제에서 ‘베스트 베스트’상을 받았을 만큼 공포물에 관심이 많다.
〈김순덕기자〉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