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잠실실내체육관. 가스공사 여자핸드볼 선수단 13명은 경기가 끝나자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청주시청에 진 탓이 아니었다. 소속팀 마크조차 한번 달아보지 못한 채 이번 실업연맹전을 데뷔전이자 고별전으로 치른 것이 가슴아팠기 때문이었다.
그랬다. 전광판에는 가스공사와 청주시청의 경기라고 명기돼 있었지만 이들의 유니폼에는 선수이름뿐 소속팀의 이름은 없었다.
가스공사는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직전인 지난해 11월 주위의 부러움속에 창단발표를 했다. 그러나 해를 넘겨 1월이 되자 공사측은 창단식을 불과 며칠 앞두고 돌연 해체를 통고했다. 김영년감독과 노동조합이 팀을 회생시키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구조조정의 서슬퍼런 칼날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감독은 사비를 털었고 조합원들은 기꺼이 쌈짓돈을 모았다. 그래봐야 적립된 금액은 인건비를 제외한 한해 예산 6억원의 1%도 되지 않았다. 그래도 선수들은 대회에 나간다는 희망으로 훈련을 계속했다. 마침내 실업연맹전이 열리는 6월. 김감독은 회사측에 참가신청을 건의했다. 대답은 “노”. 곧 없어질 팀이 대회에 참가하는 게 말이 안된다는 얘기였다.
여러차례 간청한 끝에 유니폼에 가스공사를 새겨넣지 말라는 조건으로 출전을 승낙받았다.
청주시청전은 선수들의 마지막 경기. 이들의 앞날은 캄캄하다. 국가대표선수가 2명이나 있지만 받아줄 팀은 한군데도 없다.
88, 92올림픽 2연패의 신화를 일군 한국여자핸드볼. 그 서글픈 현주소를 바로 가스공사 선수들이 보여주고 있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