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퇴출의 근거가 될 경영평가위원회의 평가결과를 기다리는 은행으로서는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한 은행장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고 실토할 정도.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8%를 밑도는 12개 은행들은 하나같이 ‘적어도 미승인판정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시중은행 종합기획부 관계자들은 “최소한 조건부 승인, 잘하면 승인”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독일 코메르츠방크로부터 외자유치에 성공했으며 △3월말 은행감독원 기준 자산부채 실사에서 순자산가치가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앞섰다는 점을 들어 승인을 점치고 있다. 조건부라도 ‘조건’이 코메르츠방크로부터 외자유치를 실현하는 정도가 되지 않겠느냐는 자체 진단.
상업은행은 신축본점 및 뉴욕현지법인 매각과 2억달러 외자유치가 성사되면 무리한 합병을 하지 않더라도 생존할 수 있다고 주장. 이 은행 고위임원은 “부실 주거래계열이 적어 잠재적 부실이 크지 않다는 점을 경평위원들이 높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한일은행 고위임원은 “그동안 숱한 시중은행장들이 대출관련 스캔들로 옷을 벗었지만 우리 은행은 그렇지 않았다”며 “최소한 조건부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조흥은행은 “경평위 심사때 약 3천억원의 후순위채 발행계획을 추가했다”며 “무리한 합병보다는 실현성 있는 증자계획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동남은행 관계자는 “관계요로를 통해 알아본 결과 우리 은행은 전체 12개 은행 중 7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점수대로 판정이 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뒤집힌다면 승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성을 배제하고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치적 교섭으로 미승인 대상에서 빠진 은행이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고 지적.
다른 후발은행 관계자는 “지역경제가 완전히 붕괴돼 증자에 참여할 기업인을 찾기도 어렵다”며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체념한 듯한 모습.
지방은행의 구명(救命)노력은 가히 숨가쁠 정도. 하나같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으며 지역주민을 상대로 한 ‘주식갖기 운동’과 지역 정치인을 동원한 로비에 전력투구하는 양상.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너무 가혹하게 심사해 걱정했는데 경평위원들이 그런 점들을 충분히 감안하고 평가작업을 하더라”며 “최소한 3등안에는 들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강운·이용재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