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라고 늦잠 자는 아이들을 깨워 아침밥을 먹였다. “엄마. 오늘은 일요일인데 좀 쉬면 안돼요. 우리도 도시락 싸서 강으로 놀러가요.”
아이들은 일요일에도 엄마가 쉬지 않고 가게문을 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투정을 한다. 집안 청소를 대충 끝내고 나니 서로 가게에 가겠다고 따라 나선다. 결혼한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휴가를 내 마음놓고 쉬어본 적이 없다. 결혼 초 쌍둥이를 데리고 음식점을 하는 나를 보고 이웃들은 극성스럽다고 했다. 남편이 밥 굶기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억척을 떠느냐고.
자수성가로 살림을 일군 아버지는 남달리 부지런했다. 칠남매의 자식들이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그냥 넘기지 못하는 분이셨다. 쌀가마니를 옮겨도 식구들을 있는 대로 불러냈다. 우리는 낮잠 한번 마음놓고 즐기지 못하고 자랐다. 그러나 쌀 한톨 뜨물 한방울도 함부로 버리지 않았던 아버지는 3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하니 아버지이기 전에 스승이었다.
지금 경제한파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웃들을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그냥 살아온 방식대로 살면 되니까. 두해 전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가 자주 생각나는 요즘이다.
고순자(경기 가평군 외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