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정 1,2,3,4가 하루는 ‘사오정카페’에 갔다.
사오정1〓“난 우유.” 사오정2〓“그럼 난 우유.” 사오정3〓“그럼 나도 콜라.” 사오정4〓“아저씨, 콜라 넉잔 주세요.” 사오정웨이터〓“죄송하지만 저희 카페에선 율무차가 안되는데요.”
만득이시리즈 펭귄시리즈보다 한층 ‘썰렁한’ 사오정시리즈. 최근 PC통신의 우스개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남의 얘기를 멋대로 곡해하는 세태와 대화단절을 나름대로 꼬집는 ‘추운 이야기’.
우스개의 ‘문법’이 달라지고 있다. 보편성을 추구해온 해학. 이젠 ‘나만의 문법’으로 스스로를 웃긴 뒤 남을 웃긴다. 또 해박한 인문 사회 자연과학의 ‘이론’이 우스개의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그런가하면 ‘최불암’ ‘펭귄’ ‘만득이’ ‘슈퍼맨’ ‘빌 게이츠’ ‘사오정’ 등 시공을 초월한 캐릭터들이 사이버공간에 공존한다. 한마디로 유머의 포스트모더니즘이다.몇마디 우스개소리 위주에서 플롯을 갖춘 단편소설화 경향이 나타나는가 하면 ‘색종실록지리지’처럼 관련 유머를 ‘집대성’하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고급스러움과 저속함이 한 공간에 혼재하고 고전패러디와 창작유머가 뒤섞인다.
전달경로도 급변했다. ‘구전(口傳)’에서 PC통신상의 ‘텍스트’로. 이에 따라 우스개의 고속대량보급이 가능해짐으로써 전국, 나아가 전세계가 ‘동시웃음권’이 됐다.
▼단편소설화 & 집대성화▼
하이텔 유머란의 인기작가 김은태씨(35·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bennet). 최근 ‘힘센 마누라는 여자보다 아름답다’는 단편소설형 유머를 23회째 연재 중. “단편적이고 어색한 웃음을 전달하는 ‘전형적 우스개’보다 개인의 경험이 배어있는 생활속의 이야기, 감동과 페이소스가 살아 숨쉬는 소설형 우스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올초 나우누리의 유머스타로 떠오른 민금원주부(26). 주부의 일상을 잔잔한 터치로 스토리가 있게 우스개화, 폭발적 인기를 누렸으며 최근에는 이를 모은 책 ‘우꺄꺄꺄’를 냈다.
독도와 울릉도 사이에 있다는 ‘환상의 섬’ 시리즈. 90년대 초 몇몇 항목으로 시작된 이 음담패설은 PC통신으로 옮겨진 뒤 그 섬에서 많이 잡히는 물고기가 ‘오르가자미’라는 식으로 가필에 가필을 거듭해 최근에는 ‘색종실록지리지’(色宗實錄地理誌)로 집대성됐다. 집단창작의 ‘개가’인 셈. 대학가의 우스개모음집인 ‘거덜별곡’을 펴낸 경희대 서정범교수. “우스개가 구전이 아닌 ‘텍스트’가 되면서 길어지고 있습니다. 기억력의 한계 때문에 ‘성장’하지 못하던 우스개가 ‘기록’되기 시작하면서 통합 집대성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 현상은 패관문학의 또다른 이름이다.
▼지식오락▼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를 둘러싼 해석〓①절대주의자:뛰는 놈 위에는 반드시 나는 놈이 있다 ②상대주의자:뛰는 놈이 있기에 나는 놈이 있다 ③아인슈타인:뛰는 놈보다 나는 놈의 시계가 늦게 간다 ④칼 융:뛰는 놈은 주행컴플렉스, 나는 놈은 비행컴플렉스에 사로 잡혔다 ⑤카를 마르크스:뛰는 놈은 나는 놈에게 착취당하고 있다…
△문〓전구를 갈아끼우는데 몇명의 보수주의자가 필요한가? 답〓5명. 한명이 갈아끼우는 동안 나머지는 둘러앉아 옛날의 전구가 얼마나 좋았었는지를 토론한다.
△부부싸움의 도〓맞는 쪽보다 때린 쪽에서 먼저 달래야 하는 것이니 이를 예(禮)라 한다….
이같은 우스개는 기본 지식이나 지적 능력이 없이는 웃기 어렵다. 만들기는 더욱 어렵다. 상당부분은 ‘번역문학’이다. 지식오락성 유머는 웃음을 즐기는 계층을 구분해 놓기도 한다.
▼‘썰렁함’의 감각언어▼
감자와 감은 옆집에 사는 친구. 감자는 농담으로 감을 자꾸 ‘감자’라고 불렀다. 마음의 병이 생긴 감이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한번만 더 감자라고 불리면 세상을 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걱정이 된 감자는 감을 감자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며칠째 두문불출하는 감이 걱정된 감자는 집밖에서 감을 불렀다. “감∼, 자?” 신세대의 ‘썰렁함’이란 감각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웃기 어렵다.
▼새로운 전달경로▼
신라호텔 홍보실의 안재만씨(29). 하루에 세번쯤 PC통신에 접속해 사이버공간의 우스개를 섭렵한다. 재미있는 것은 갈무리해 사내통신망에 띄우거나 보도자료에 끼워넣어 주위사람과 ‘공유’한다.
“입을 통해 듣는 우스개는 ‘구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화끈한 우스개는 인터넷과 PC통신을 타고 단 하루만에도 확실하게 퍼지기도 합니다.”
프랑스월드컵 멕시코전에서 한골을 넣고 퇴장당한 하석주선수의 이름풀이 ‘하나 넣고 석점 주는 선수’(3대1패배를 빗대어)는 단 하루만에 전국에 퍼져 웃음의 고속 대량 전달시대임을 실감하게 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