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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日 법원의 어긋난 판결

입력 | 1998-06-25 19:47:00


일본의 나가사키(長崎)지방법원이 일본의 직선기선 영해에 들어간 한국어선 선장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 우선 이번 경우처럼 일본의 직선기선 영해에 들어간 한국선장에게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작년 8월의 마쓰에(松江)지법 하마다(濱田)지원 판결과도 상치된다. 당시 하마다지원은 일본이 일방적으로 정한 직선기선 영해는 한일어업협정에 위배된다며 검찰공소를 기각했다.

하마다지원이 판시했듯이 일본정부가 독자적으로 설정한 직선기선 영해는 분명히 한일어업협정 위반이다. 65년 체결된 한일어업협정 1조는 그같은 사안이 있을 경우 반드시 한국정부와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직선기선 일부는 유엔해양법협약 등 관련 국제법의 요건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더구나 일본 내부에서조차 직선기선을 무차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의 한일 양국관계를 봐도 그렇다. 내달 2일 서울에서는 지난 1월 일본이 일방적으로 어업협정을 파기한 이후 6개월만에 협상개정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어업실무자회의가 열린다. 한일어업협정은 일방의 파기선언 이후 1년동안만 효력을 유지하도록 했기 때문에 앞으로 6개월안에 어떻게 하든 새 협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양국간 어업 ‘무법천지’를 피할 수 있다. 나가사키지방법원이 이처럼 미묘한 시기에 양국간 논란을 불러일으킬 판결을 내린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협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한국은 일본의 어업협정 파기에 맞서 취했던 조업 자율규제 중단조치를 원상회복시키려는 등 일본과의 어업협상을 조기에 성공적으로 매듭짓기 위해 성의를 다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잖아도 한국 국내에서는 협상을 하는 마당에 조업자율규제를 다시 실시할 방침을 구태여 일본측에 미리 알릴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사정이 여기에 이른 근본 원인은 어디까지나 일본의 일방적인 협정파기에 있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사이에는 이밖에도 21세기를 대비해 함께 노력하고 풀어야 할 현안들이 많다. 과거사문제에 대한 정리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문화교류, 안보협력문제에 대한 논의까지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양국간 우호와 협력이 더욱 절실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마당에 나가사키지방법원은 법적용에도 맞지 않고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방적’ 판결을 내렸다. 자국이기주의에만 집착한 판결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사안에 대한 항소심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