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던가. 호우가 휩쓴 남녘에 또 비. 인간의 사막, 도시에도 비가 내린다. 퇴출 은행에 경찰을 투입한다니….
‘풍타지죽(風打之竹) 낭타죽(浪打竹).’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풍파 무상한 이 세상에 차라리 몸을 맡겨버림이 어떨까. 마음은 말라 이미 식은 재와 같으니, 칼로 쪼개든 향을 바르든 무에 상관인가. 아침 19∼22도, 낮 27∼30도.
하지만 시인(정호승)은 눈물로 꽃을 피우라 한다. ‘나뭇잎 사이로 걸어가라/모든 적은 한때 친구였다/…고요히 칼을 버리고/세상의 거지들은 다/나뭇잎 사이로 걸어가라/우리가 나뭇잎 사이로 걸어가지 않고/어떻게 눈물이 햇살이 되겠는가/어떻게 상처가 잎새가 되겠는가…’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