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서울대 박사학위가 거추장스러울 뿐입니다.”
서울대 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모씨(30)는 학위취득 후 4개월이 지났지만 ‘백수’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속모르는 사람들은 “조건이 맞지 않아 취직을 안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 취직자리가 아예 없다.
기업들이 구조조정과정에서 가장 먼저 연구개발분야 투자에 칼을 들이대면서 연구원을 뽑기는커녕 대폭 줄이기 때문이다.
벌써 십여군데나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올해는 연구원을 뽑지 않는다”는 답변 뿐이었다.
김씨와 같은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7명 가운데 기업 연구소에 취직한 사람은 두사람 뿐이다.
이들은 재학중 졸업 후 취업을 조건으로 기업체에서 산학협동장학금을 받으면서 공부했기 때문에 그나마 자리를 얻은 운좋은 경우에 해당한다.
일부 기업은 산학협동장학생들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좋으니 오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김씨는 학교연구소에서 후배들 논문지도를 해주면서 ‘용돈’이라도 벌기 위해 최근 학교에 다시 나가지 시작했다.
그나마 김씨는 군복무 문제가 해결돼 형편이 나은 편이다. 학위를 받고 방위산업체 등에 들어가 군복무를 하려는 동료중에는 자리를 얻지 못해 서른이 넘은 나이에 현역으로 입대할 처지에 놓인 이들도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하는데 기업의 인식은 그게 아닌가봐요. 연구개발분야를 축소하고 대신 로열티 주고 외국에서 값싼 기술 사오는 것이 구조조정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연구개발투자가 곧바로 이윤으로 산출돼야 한다는 경영자들의 단견이 바뀌지 않는 한 기술선진국은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 김씨는 하소연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