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미니시리즈 ‘추억’은 한 30대 부부의 갈등을 축으로 한 드라마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던 인영(최진실 분)과 정호(김승우)부부가 정호의 외도로 8년만에 파경을 맞는 장면으로 시작된 ‘추억’은 현재 두 주인공의 홀로서기가 진행되는 중이다.
이혼 후 인영은 전에 있던 광고회사로 돌아가고 정호는 아들 상우를 맡아 기르지만 새생활이 버겁기만 하다. 그러다 각각 만난 형준(손창민), 주희(고소영)와 새로운 출발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추억’은 어찌보면 30대 부부의 권태와 제2의 사랑을 미화하는 궤적을 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연출자인 이창순PD가 추구하는 ‘추억’의 지향점은 그리 불순(?)하지는 않은 듯 싶다.
인영은 직장 동기인 형준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지만 형준은 인영에게 정호와의 재결합을 권유한다. 정호는 아들을 매개로 만난 주희에게 접근하지만 주희는 인영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일부러 정호를 멀리하게 된다.
그후 인영과 정호 부부가 재결합을 하기까지엔 설득력과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지만 이PD가 ‘이혼생활의 어려움’을 통해 보여주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주제를 구현하기엔 별 무리는 없어 보인다. 형준과 주희는 인영과 정호의 심리적 방황과 이PD의 주제의식을 그려내는 데 충실한 소품인 셈이다.
이PD는 가정이 있는 남녀의 사랑을 그린 96년작 ‘애인’에서도 결국 유동근과 황신혜를 가정으로 돌려보낸 것처럼 극의 상황을 원점으로 돌려보내는 ‘복원력’을 ‘추억’에도 심어놓았다.
극 초반 위태위태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녹이다 모든 실타래를 풀고 원상태로 돌려버리는, 모든 갈등과 애증을 결국 ‘찻잔속의 태풍’으로 마무리 짓는 이PD 특유의 드라마문법이 ‘추억’에서도 뚜렷이 드러나는 셈이다.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