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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춤]인간내면 욕망-갈등 정화장치로 표현

입력 | 1998-06-30 20:07:00


“탱고는 인류의 마지막 사교춤이다.”

춤을 인류학적으로 연구한 독일의 무용학자 쿠르트 작스의 말이다. 무대에서 보여주기 위한 무용이 아니라, 추는 이가 마음껏 즐기면서 내면의 욕구를 한껏 내뿜는데는 탱고가 정점이라는 의미.

미뉴엣과 왈츠에 이어 20세기 초반 아르헨티나의 민속춤에서 비롯된 탱고는 기계처럼 격무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원시의 본능과 충동을 만족시켜 주는 춤으로 전세계에 퍼져 나갔다.

남녀가 포옹한 자세에서 리듬과 스텝이 엇박자로 시작되기 때문에 매우 관능적이고 끈적거리면서도 격렬한 에로티시즘을 드러내는 춤이기도 하다. 음악도 흐느끼며 무엇인가를 찾는 듯, 가슴을 조이면서도 점점 고조되는 듯, 멜랑콜리하면서도 가슴을 후벼파듯 격정적이어서 묘한 여운을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 탱고가 가장 인상적으로 표현된 영화로 알 파치노 주연의 ‘여인의 향기’를 꼽을 수 있다.

앞이 안보이는 퇴역장교가 화려한 자살여행을 위해 나이트클럽에 들렀다가 매혹적인 향기를 풍기는 여인과 탱고를 춘다. 알 파치노의 춤은 인생의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독특한 카리스마가 넘친다.

영화 속의 춤은 인간 내면에 숨어있는 욕망과 갈등, 그리고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장 확연하게 정화시켜주는 장치로 그려진다고 비디오 컬럼니스트 옥선화씨는 설명한다.

‘토요일 밤의 열기’에서 성직자가 되기를 바랬던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고 춤의 세계에 빠져드는 토니(존 트라볼타 분)가 대표적인 경우. 그는 디스코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겪으면서 참다운 삶이란 어떤 것인가를 깨닫고 새로운 미개척지를 향해 나아간다.

춤은 잃어버린 자아와 자신감의 표현으로 영화속에 등장한다.비욘드 사일런스’에서 수화(手話)로 노래하며 춤추는 것, ‘인 앤 아웃’에서 ‘게이면 어때!’하며 신나게 춤추는 장면, 일본영화 ‘함께 춤추실까요’에서 중년남자가 사교춤을 익히는 모습은 몸과 마음을 억눌러온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회복하는 기호로 해석할 수 있다.

〈김순덕기자〉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