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와닿는 조각전이 하나 있다.
여류 조각가 황영애의 전시. 20여점의 작품이 소담스럽고 곱다. 부담스런 추상 작품에 비하면 황영애의 전시는 금세 공감할 수 있다. 작품 소재는 나무의 잎새와 새싹 꽃 등으로 낯익은 자연 형상이다. 작가는 “자연에서 새 생명이 돋아나는 경이를 느끼며 마음을 한번쯤 가라 앉혀보자”고 말한다.
‘아침의 노래’ ‘좋은 날을 기다리며’ ‘열매 맺기 위하여’ ‘합창’ ‘함께 가는 길’ 등 작품 이름도 서정시의 한 귀절같다.
재료는 대리석과 청동. 10여년간 대리석을 연마해온 작가는 “반드시 치밀한 구도 아래 작품을 만들지는 않는다”며 “어떤 때는 그저 돌덩어리를 두고 사색하는 분위기를 즐긴다”고.
흰 돌덩이. 이를 두고 작가처럼 새싹이 움트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30여분의 관람 시간이 아깝지 않을듯. 4일까지 예맥화랑. 02―720―9912.
〈허 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