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명예총재 그리고 권영해(權寧海)전국방부장관. 이들은 문민정부의 군 사정(司正)과정에서 미묘한 관계를 이어왔다.
권전장관은 90년12월부터 93년2월까지 국방부차관 겸 전력증강위원장으로 율곡사업의 실무책임을 맡아 93년 감사원의 율곡사업 감사 당시 주요 감사대상 인물로 부각됐다.
그러나 당시 감사원장이었던 이명예총재는 감사가 끝난 뒤 “권장관의 비리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예상외로 깨끗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권전장관의 동생 영호(寧鎬)씨가 무기중개업체에서 5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감사원의 은폐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권장관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으나 김대통령은 사표를 반려하며 신임을 표시했다. 93년12월 군 포탄도입 사기사건에서는 권전장관에 대한 수사가 실제로 이뤄졌다.
당시 군검 합동수사반 관계자는 “권장관이 물러나고 이병태(李炳台)장관이 부임하면서 권전장관의 예금계좌 10여개에 대해 비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했고 출국도 금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장관의 비리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그는 사건이 끝나고 1년쯤 지나 안기부장에 발탁됐다.
그렇다면 김전대통령은 권전장관을 정말 수사하려 했을까. 군 수사 관계자는 “이병태장관은 김대통령의 뜻이라며 권전장관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이장관이 김대통령의 뜻을 잘못 읽고 권전장관을 치려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권전장관은 대선 당시 안기부장으로 북풍공작사건을 지휘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고 이전장관은 퇴임 후 미국으로 출국해 아직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