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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병 27년 발자취]

입력 | 1998-07-02 18:49:00


‘출퇴근하며’ 나라를 지켰고 이젠 아버지 또는 남편 애인으로 우리곁에 돌아와 있는 ‘올드 방위’들. 그들 사이에도 뚜렷한 ‘세대차이’가 있다.

69년 내무부가 방위병제도를 신설, 71년 국방부가 이 제도를 인계받아 운영했던 70년대가 ‘방위 1세대’. 국방부 인력관리과 최인종사무관은 “전국 부대가 포화상태가 되면서 남아도는 인력을 처리하기 위해 방위제도가 생겼고 주로 허드렛 일을 했다”고 기억한다. 당시 대다수 방위병이 현역병에 비해 학력 체력면에서 뒤졌고 그때부터 ‘방위도 군인이냐’는 비아냥이 떠돌았다.

방위제도는 80, 90년대에 전성시대를 맞는다. 영상문화의 발달과 입시공부 탓인지 ‘시력’이 나빠져 신체등급을 낮게 판정받은 고학력자가 대거 방위로 입대했기 때문. 90년대초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부대 방위병이었던 K씨(30·회사원)는 “입대 동기 8명 모두 대학재학 이상이었고 그중 4명은 석박사였다”고 말한다.

이 즈음 온갖 종류의 방위가 등장한다. 공식적인 ‘테니스병’외에도 비공식적으로 군고위간부 자녀의 학습을 돌봐주는 ‘과외병,’ 간부에게 바둑을 지도하는 ‘바둑병,’ 심지어 간부대신 대학원에 나가고 논문을 써준 ‘대리출석병’도 있었다. 또 해병대나 헌병대는 물론이고 머리를 기르고 근무하는 보안대(현 기무사)에도 방위는 뿌리를 뻗었다.

탄생 27년만인 96년 방위병은 사라졌다. 병무청 소집과의 김재일과장은 “최근 방위병제도가 ‘부활’한다는 얘기가 나돌았는데 사실이 아니며 현재의 상근예비역과 공익근무요원은 출퇴근은 하지만 복무기간이 현역병과 똑같아 방위병제도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