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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축구狂,佛개선문 무명용사묘 불꽃 홧김에 꺼

입력 | 1998-07-02 19:18:00


“월드컵 광기는 아무도 못말려.”

한 극성 축구팬이 77년간 계속 불타온 파리 개선문의 무명용사묘 불꽃을 꺼뜨려 프랑스 국민을 분노케 했다. 지난달 30일 밤 멕시코가 독일과의 16강전에서 2대1로 패하자 응원차 파리에 온 극성 멕시코 축구팬이 홧김에 성화에 맥주를 부어 불을 꺼버린 것.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전사한 무명용사를 기리기 위해 개선문 아래에 만들어진 무명용사묘를 밝히고 있는 이 불꽃은 1921년부터 단 한 번도 꺼진 적이 없는 파리의 관광명물. 밤낮으로 불타고 있어 ‘영원한 불꽃’이라고 불린다. 프랑스를 방문하는 각국 국가원수들도 찾아와 헌화하는 유서깊은 곳이기도 하다.

‘영원한 불꽃’이 꺼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프랑스 국민의 분노가 터져나왔다. 프랑스 국방부측은 성명을 통해 멕시코 축구광의 철없는 행동에 대해 “할 말을 잃었다”고 논평하고 77년간 꺼지지 않던 불꽃이 사그라진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프랑스 전우회 대변인도 “술에 취해 한 행동이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파리주재 멕시코 대사는 사태 수습에 나서 프랑스 정부측에 자국 관광객이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킨 데 대해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불꽃은 1일 프랑스와 멕시코 관리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다시 점화됐는데 점화식 도중 멕시코국가도 연주될 예정이었으나 프랑스군측의 강한 반발로 취소됐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