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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개국 문화장관 『美문화로부터 고유문화 지키자』

입력 | 1998-07-02 19:18:00


미국문화의 일방적인 세계 지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년 4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가 미국문화를 겨냥해 “세계화는 인간의 창의성과 다원주의를 해친다”는 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캐나다 오타와에서는 지난달 30일 19개국 문화장관들이 모여 문화의 다양성과 특성을 보존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셰일라 콥스 캐나다 문화유산장관의 초청으로 열린 회의에는 유럽과 중남미 아프리카 등 19개국 문화장관들이 참가했다.

콥스장관은 회의에서 “문화의 차이는 우리의 민족적 정체성의 본질”이라면서 “우리는 문화를 다른 상품들처럼 취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장관들은 앞으로 외교정책과 통상 및 투자협상에서 문화문제에 더 큰 비중을 두기로 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할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했다.

참석자들은 또 미국의 연예오락 상품이 전세계적으로 범람해 고유문화와 예술 및 예술가들의 입지를 위협하는데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장관들은 특히 몇몇 미국 연예산업 총수들의 기호에 따라 전세계인이 듣고 보는 TV와 영화 라디오 내용이 결정되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 고유문화의 보존과 TV프로그램 및 인터넷 웹사이트의 문화관련 프로그램 제작추진 등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는 미국문화의 일방적 지배에 대항하는 범세계적 연대를 마련하기 위해 콥스장관이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참석자들은 미국인들도 옵서버로 참가해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미국을 노골적으로 비난하지는 않았으나 온건한 논조로 미국문화의 ‘세계화’에 대해 큰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 대해 할리우드 영화제작자들은 영화는 시장성이 좌우하는 상품이라면서 다른 나라들도 잘 팔리는 영화를 만들면 될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캘리포니아주 무역 및 상업국의 메이크 머랜도 대변인은 1일 “우리는 그것(미국 영화 등의 외국진출)을 문화제국주의로 보지 않으며 시장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UNESCO는 4월 성명을 통해 “세계적인 거대 매스미디어가 각국 및 지역문화의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세계화는 문화적 단일성을 가져오고 궁극적으로 문화의 황폐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구자룡기자·로스앤젤레스연합〉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