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기자의 실직자 보기.’
1월 모언론사 기자로 있던 최정훈씨(33)는 회사의 어려운 사정으로 사표를 던졌다. 월급이 절반이나 깎인데다 퇴직금까지 출자해야 하는 상황에서 처자식과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그로선 마지막 선택.
“직장을 얻기 위해 PR대행사 등 수십군데를 다녀 봤지만 ‘내가 세상을 너무 쉽게 여겼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1백만원, 2백만원… 이렇게 하루하루 퇴직금만 까먹었습니다.”
‘난 얼마나 아픈가.’ 이것을 가늠하기 위해 최씨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 첫번째 사람은 경북에서 분식점을 차린 홍모씨(53). 보험회사 국장을 하다 정리해고된 그는 회사옆에 가게를 냈다가 곤란을 겪은 경우.
“다니던 회사에 배달을 가면 직원들이 옆방에 숨어 있다 홍씨가 음식을 놓고 나간 후에야 나와 먹는다는 것을 알고 죽고 싶었답니다.”
다음으로 만난 사람은 40대 주부. 부도를 내고 감옥에 간 남편이 면회온 친구에게 부탁해 사식비를 받는 대신 그 돈으로 결혼기념일에 꽃다발을 보낸 사연이었다.
4개월간 이렇게 전국을 돌며 만난 70여명. 이중 48명의 안타까운 사연을 최씨는 최근 책으로 냈다. ‘당신은 나의 작은 영웅입니다’(명진출판).
“실직자에게 소중한 것은 사회의 배려도 제도적 장치도 아닌 가족의 따뜻한 말 한마디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됐지요.”
책 말미엔 실직한 남편이 비에 젖은 코트를 목욕탕 옷걸이에 걸어 놓자 문을 연 아내가 남편이 목을 맨 것으로 착각하고 울부짖었다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사연도 담겨있다.
‘답답한 명퇴자는/비옷 벗어/욕실에 매달고/눈뜬 아내 욕실에서/목매단 남편 보고/통곡을 했다….’(남편이 지은 시 중에서)
〈이승재기자〉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