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조금만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법에 호소하는 것에 익숙하다. 옆집과의 쓰레기문제, 이웃의 애완견 학대 등 사소한 분쟁이 종종 법정에서 해결된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교통단속을 둘러싸고 운전자와 경찰이 주먹다짐을 벌이고 골목 주차문제로 이웃을 살해하는 사건까지 벌어진다. 이는 생활의 작은 분쟁들을 조정해줄 법률서비스가 없는 것이 근본 원인이다. 우리나라에는 기업간 분쟁, 수천만원대 재산 다툼을 조정할 변호사는 넘쳐도 작은 다툼을 조정할 변호사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변호사가 되려면 수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수백대1의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변호사는 1류밖에 없고 수임료도 비쌀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법률 서비스의 질이 높은가.높은 진입장벽을 설정해 희소성을 유지하고 그 프리미엄을 향유하는 경쟁부재의 시장에서는 결코 1류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다.
최근 한 심포지엄에서 사법연수원장이 “IMF체제로 법률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에 더이상 사시정원을 늘려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IMF체제는 실업과 계층간 갈등을 늘려 각종 분쟁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이 상식이다. 또 사시정원 감축의 필요성으로 소위 ‘고시 낭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사시정원 감소는 변호사의 희소성을 증대시켜 고시 낭인의 증가를 부추길 것이다. 오히려 사시정원을 대폭 늘려 변호사의 프리미엄을 낮추는 것이 고시낭인을 줄이는 첩경이다.
박주헌(동덕여대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