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백년간 일본속에서 찬란하게 꽃피워온 조선 도공의 예술혼과 민족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동아일보사와 일민미술관이 정부수립 5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마련하는 ‘400년만의 귀향―일본속에 꽃피운 심수관家 도예전.’ 7일부터 8월10일까지 광화문 동아일보사옥내 일민미술관.
심수관(沈壽官)은 정유재란이 끝난 1598년 겨울 일본 사쓰마(薩摩)의 번주(藩主) 시마즈 요시히로(島津義弘)에 의해 끌려간 조선 도공 심당길(沈當吉)의 후손. 당시 첨단 문물이었던 도예를 전한 조선의 후손답게 심수관가(家)는 4백년간 우리의 성(姓)과 도혼(陶魂)을 대물림하고 있으며 12대부터는 이름도 그대로 ‘심수관’으로 쓰고 있다. 현재의 14대 심수관에 이어 아들인 15대 심수관도 이탈리아와 한국에서 도예를 연마한 도공.
심수관가(家)는 특히 조선 도공들이 일본에서 싹틔운 3대 도예 명가(名家)인 가라쓰(唐津), 아리다(有田), 사쓰마중 메이지 유신때 세계적 브랜드로 떠오른 ‘사쓰마 웨어’의 종가(宗家). ‘사쓰마 웨어’라는 이름을 얻은 12대 심수관은 걸출한 기예로 ‘금대화병(錦大花甁)’ 등 수작들을 내놓았을뿐만 아니라 탁월한 경영 수완으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 진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또 관(官)의 소유였던 가마를 인수해 심수관가가 독자적인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모두 1백40여점.초대 심당길의 작품 ‘히바카리’를 비롯해 8대 심당원(沈當円)의 ‘관세음상’, 12대 심수관의 ‘코끼리상’ 14대 심수관의 ‘부조운문상이화병(浮彫雲文象耳花甁)’ 등 심수관가 도예의 산맥을 이룬 수작들을 모두 선보인다.이 가운데 ‘히바카리’는 우리말로 ‘불(火)만’이라는 뜻으로 흙과 유약은 조선의 것이고 “불만 일본 것을 썼소”라는 외침. 이국에 끌려가 포로로 일해야 했던 도공들의 비애와 선진 문화를 전한다는 자부심을 동시에 토해내는 이름이다.
심수관가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은 이국땅에서의 비극적 삶의 흔적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전시 작품중 깨지거나 금이 간 것이 있는 것도 그같은 삶의 궤적. 완성품은 번주에게 바치고 실패작의 일부만을 심수관가에서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심수관씨는 이번 전시에 대해 “4백년간 일본땅에서 만든 작품에 스며든 우리의 삶을 고국민 앞에 선보이게 되어 가슴이 벅차다”며“이번 전시를 역대 심수관 보고전(報告展)으로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일민미술관은 뜻깊은 이번 전시기간중 매주 수요일 오후 2시에는 전문가들을 초빙, ‘수요강좌’를 연다. 첫회인 8일에는 작가 한수산씨가 ‘내가 본 심수관’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15일 ‘일본에 끌려간 조선도공 수난사’(홍종필명지대교수), 22일 ‘심수관 도자기의 한국미술사에서의 위치’(윤용이 원광대교수), 29일 ‘도자기로 본 한일 흥망사’(윤덕민 외교안보원교수), 8월5일 ‘심수관 도자기의 미학’(김장용 중앙대교수)이 이어진다.
한편 심씨는 10월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리는 사쓰마 도자기 4백년 기념제의 하나로 선대가 가져가지 못했던 조선의 ‘불’을 전북 남원에서 채화, 바로 그 선대가 끌려갔던 바닷길을 통해 4백년만에 사쓰마로 옮겨간다.
초중고생 단체관람등 문의는 02―721―7772.7776
〈허 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