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타노’. 나폴리 남자라는 뜻. 테너 김영환이 최근 발매한 앨범 이름이다. 그가 음반 출시를 기념해 지난달 30일 예술의 전당에서 독창회를 가졌다. 태양과 정열을 노래한 나폴리 노래들이 무대가득 담겼다.
나폴리 노래 위주로 무대를 꾸민다는 것은 적절한 전략이었다. 김영환의 목소리가 적당한 뜨거움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공명점은 다소 낮은 위치에 있으며 탄탄한 볼륨감과 어울려 강건한 느낌을 전해준다. 사랑의 취기에 가슴을 찔려 비명을 지르는 듯한 태양빛 나폴리 노래들에 그의 소리결은 잘 맞아들어갔다. ‘너는 왜 울지 않고’의 고음이 힘있게 울려퍼지자 관객들은 열광했다. 노래 한곡 한곡마다 환성을 지르며 성원을 보내는 모습은 우리 콘서트장에서 자주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동양의 황금 트럼펫’. 카루소, 비오티 콩쿠르 등에서 잇따라 상위입상하던 90년대 초반 이탈리아 언론들이 붙여주었다는 김영환의 별명. 60년대의 명테너 마리오 델 모나코를 연상시키는 말이다.
‘황금의 트럼펫’으로 불렸던 델 모나코는 귀가 따가울 정도의 볼륨, 오만함이 엿보이는 강한 노랫결로 자신만의 영웅적 테너상을 정립했다. 그와 단순비교하기는 힘든 일이겠지만, 김영환은 울컥 내지르는 강인한 고음의 표현 등에서 델 모나코를 연상시켰다.
지금까지 그의 무대가 항상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94년 국내데뷔 이후 오페라와 리사이틀 무대에서 김영환은 종종 컨디션 난조로 애써 벌어놓은 팬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그가 이날 거둔 승리는 그래서 더욱 돋보였다.
종종 피아니시모에서 카랑카랑하니 소리가 숨어버리기도 했고, 호흡선의 설계를 잘못해 숨이 모자라는 순간도 있었으며, 섬세하게 어루만져야 할 부분에서 좀더 치밀한 연출이 아쉽기도 했지만, 이날 예술의 전당을 나서는 팬 가운데 이런 부분을 굳이 거론할 사람은 없는 듯 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