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집단 서명하여 학교장에게 담임교체를 요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질높은 수업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나태한 교사들이 일부 있고 학생들에게 비이성적 비교육적 언행을 일삼아도 수업과 정년이 보장됐던 오늘의 교육현장에서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이에 대해 교직계와 일부 언론들은 교권을 침해하는 철없고 버릇없는 행동으로 몰아붙여 학생들의 순수한 동심을 멍들게 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란 교사가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교육내용을 수용해야 할 뿐이고 이를 거부하거나 자신들의 의사를 표출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기성세대의 낡은 사고야말로 교육의 자율성 능동성 창의성을 저해하는 병폐가 아닐까.
사실 우리 학교에는 학생들의 학교와 교사, 학교장에 대한 불만과 건의사항을 해결할 창구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회가 있지만 진정한 자치활동은 찾아보기 어렵다. ‘초등학교 6학년생이 어디 감히’ 하고 기성세대는 생각하지만 하루의 깨어있는 시간 가운데 반 이상을 학교에서 보내야 하는 학생들이 담임교사의 불합리하고 비교육적인 언행으로 고통을 당해도 묵묵히 참고만 있어야 하는 것일까. 이런 맥락에서 이해찬교육부장관이 자질없는 교사들의 수업제한 방침을 밝힌 데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다. 아울러 교사와 학교장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가 수렴될 수 있는 합리적 기준과 장치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성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