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군기자로 베트남전부터 보스니아내전에 이르기까지 35년간 전쟁터를 누벼온 CNN의 간판스타 피터 아네트 기자(사진)가 CNN의 오보 파동으로 곤경에 빠졌다.
CNN이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탈영병을 살해하기 위해 치명적인 신경가스를 살포했다는 보도가 오보였다면서 사과하고 담당 PD 등을 해고했으나 사태가 일단락되지 않고 불똥이 방송을 했던 퓰리처상 수상자 아네트에게 튀고 있기 때문이다. 아네트는 방송원고만 읽었을 뿐 취재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견책을 받는데 그쳤다.
그러나 CNN이 간판스타를 보호하기 위해 아네트의 책임을 축소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해고당한 PD 애프릴 올리버가 아네트의 ‘잘못’을 폭로, 사태가 확대되고 있다. 그는 아네트가 당시 ‘뒷바람’작전의 소대장 로버트 버스커크와 특공대원이던 제이 그레이브스 등 핵심증인 2명을 인터뷰해 문제의 사안이 기사화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아네트는 또 신경가스 사린을 투하한 것으로 보도된 A1기의 조종사도 인터뷰하는 등 이번 오보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보에 항의, 지난달 CNN을 떠난 페리 스미스 예비역 중장도 “그는 공동 취재기자인데도 손을 씻으려 하고 있다”며 아네트의 해임을 요구했다.
평소 그의 보도에 불만을 품은 예비역 장성들도 아네트에 대한 비난에 가세하고 있다. 베트남참전 예비역 장성들의 한 단체는 그가 65년 AP통신의 종군기자로 일할 때도 미군이 베트남전에서 독가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오보를 냈다며 그의 오보리스트를 CNN에 발송하기도 했다.
아네트는 91년 걸프전 때도 미군이 바그다드에 있는 어린이 우유공장을 폭격했다고 보도했다가 미군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한편 CNN과 같은 내용을 보도한 시사주간 타임지의 월터 아이작슨편집장은 13일자 최신호에서 오보에 대해 사죄했다. CNN과 타임지는 같은 재단인 타임워너사 소속이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