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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국IBM 신재철사장 『개혁속도 너무 느리다』

입력 | 1998-07-09 18:56:00


신재철(辛在哲·50)한국IBM사장. 요즘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올들어 ‘굵직한’ 강연만 10여차례를 넘어섰다. 일정표는 늘 강연으로 빽빽히 채워져 있다.

강연주제는 한결같이 ‘IBM의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사례’. 추락하던 한국IBM의 매출과 순익을 오르막으로 되돌려놓은 ‘비법’을 전수한다.

90년대초 IBM은 전세계적으로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하는 위기를 맞았다. 애플 휴렛패커드 컴팩 등에 시장을 잠식당한 데다 생산성 저하까지 겹쳐 생존의 기로에 섰다.

루이스 거스너회장이 93년 새 사령탑에 취임했을 때 IBM은 순손실 81억달러, 주가 42달러의 ‘빈사상태’였다. 거스너회장은 느슨하게 진행되던 구조조정의 고삐를 죄면서 △종신고용제 폐지 △8만5천명 감축 △조직통폐합 △사업 및 시설 매각 등을 단행했다. 그 결과 94년 흑자로 선회, 30억달러의 순익을 냈다.

한국IBM도 비슷한 시기에 위기를 맞았다. 승승장구하던 대형PC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93년 순익은 전년의 30%선인 1백18억원으로 떨어졌다. 일반관리비등 제반경비는 매출액의 40%까지 육박했다.

신사장은 67년 한국IBM 설립이후 처음으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창업교실을 운영해 직원들의 반발을 막으면서 전직원의 31%인 4백86명을 명예퇴직시켰다.

다음은 조직개편. 7단계의 계층을 4단계로 줄이고 방만한 조직을 프로젝트별 조직으로 바꿨다. 모빌오피스제를 도입, 전직원의 55%인 8백여명을 재택근무시켰다. 경리직 등은 외주(아웃소싱)를 주고 기업운영의 핵인 전산시스템까지 호주 IBM으로부터 아웃소싱했다. 그 결과 네트워크산업 등 핵심분야에 사업역량을 집중할 수 있었다.

신사장은 “구조조정은 생존을 위한 전략이기 때문에 영원히 끝나지 않는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국내기업들의 구조조정에 대해 그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지적했다. 급변하는 시장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 대기업들의 계열사 매각 등 자구노력에 대해서도 미흡하다고 평가한다.“팔릴 것을 내놓아라”는 것. IBM은 94년 계열사 중 가장 수익성이 좋은 FSD를 과감히 팔아 회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영진의 책임의식을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기업부실의 1차책임은 전적으로 경영진이 떠맡고 사원들은 다음차례라는 것. 그는 “한국 경영진들의 책임의식을 가늠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미리 구조조정을 끝낸 한국IBM은 지금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신사장은 그러나 “전성기는 없다. 오직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구조조정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