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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이야기]OB 라거 對 진로 카스

입력 | 1998-07-09 19:34:00


요즘처럼 우울한 세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술은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 어떤 이는 ‘현실을 잊기 위해서’ 마시고 다른 이는 ‘현실을 돌아보기 위해’ 마시기도 한다.

OB라거 맥주의 최신 CF인 ‘병연주편(오리콤 제작)’은 어려운 현실에서 벗어나 즐겁게 한잔하는 분위기를 강조했다. 이 광고에 등장하는 첫 카피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부디 즐거우소서! 랄랄라 라거 올림’.

70년대 후반 폭발적 인기를 얻었던 빌리지피플의 ‘YMCA’가 배경음악으로 흐르기 시작하면서 박중훈 최종원 콤비가 디스코리듬에 맞춰 신나게 춤춘다. 왕년의 명배우 신성일 엄앵란이 등장했던 지난번 60년대풍의 광고에서 10여년 더 나아간 느낌.

박중훈은 맥주병 속에 바람을 불어넣어 연주하는 ‘병피리’를 불면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이어 여러 사람이 모여들어 빙글빙글 돌며 ‘황홀한’ 표정으로 병피리를 불어댄다.

무아지경에 빠진 듯한 그들의 얼굴을 보면 정말 어두운 현실은 온데간데 없는 것 같다. 일명 ‘OB라거 가무단’이라 불리는 이 ‘낯선’ 사람들은 CF감독 조감독 편집디자이너 등 제작진이 직접 연기했다는 후문.

이에 앞서 지난달 선보인 카스 맥주의 TV광고 ‘생일편(LG애드 제작)’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나는 나쁜 놈입니다’라는 카피에서 알 수 있듯이 반성하는 남자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 것.

‘나’는 왜 나쁜 놈일까. 아내가 모처럼 저녁을 같이 먹자고 회사로 찾아왔는데 아내의 생일인지도 모르고 다투다 보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장미꽃과 카스 맥주를 들고 벨을 누른다. 병 따는 소리와 함께 찌그러진 병마개가 마지막 화면에 클로즈업 된다.

많은 샐러리맨이 공감하는 일상 속의 얘기지만 요즘 신세대 아내들로부터 얼마나 용서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

시종일관 뒷모습만 보이는 주인공은 연극배우 조원희씨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