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와 박찬호, 두 ‘박’선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런데 외국방송을 들어보면 박세리의 박은 ‘팩’으로, 박찬호의 박은 ‘팍’으로 발음한다. 박세리선수는 ‘Pak’로, 박찬호선수는 ‘Park’로 표기했기 때문이다.
이름의 배열문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만일 두 박선수가 무명이었다면 대부분의 서구인들은 그들의 성을 ‘리’와 ‘호’로 생각할 것이다.
서구에서는 성을 이름 뒤에 놓기 때문이다.
노태우(Roh Tae Woo) 대통령 시절 어느 외신은 그를 ‘우대통령(President Woo)’이라고 타전한 적이 있었다.
만일 성을 뒤로 해서 Tae Woo Roh로 표기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한국의 이름 배열법을 아는 외국인이 편집자였다면 ‘태대통령’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름을 하이픈으로 묶든가(Hong Kil―dong) 아예 두자를 붙여 쓴다(Hong Kildong).
이런 문제는 외국인을 탓하기 앞서 우리 스스로 대비책을 강구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처럼 국민 각자가 나름대로 영문 이름을 표기하기 때문에 종종 혼란을 빚는다. 이씨 성을 가진 아버지는 성을 Lee로 표기했는데 아들은 Rhee로 썼다면 외국에서는 두사람이 정말 부자관계인지 의심할 것이다.
이름 배열과 표기에 통일된 모델(특히 성씨)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 그러면 박세리 박찬호 같은 ‘동성이성(同姓異姓)’현상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최장석(전 코리아헤럴드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