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제2의 외환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외환위기와 증권시장 붕괴를 예측해 화제를 모았던 증권분석가 미국인 스티브 마빈(자딘플레밍증권 서울지점장)이 최근 이런 제목의 책을 펴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책의 주요내용은 마빈지점장이 국내외에 소개했던 ‘한국경제에 대한 관찰보고서’ 16편과 은행 퇴출 이후의 상황 변화를 포함한 한국경제 예측.
그는 이 책에서 “지금 한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나 조치들은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뿐”이라며 “머지않아 금융위기가 오고 이때도 적절한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내년에 공황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장 강력하게 비판한 대상은 퇴출기업 선정과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그는 “작년 10월 이후 12개 재벌이 협조융자를 받았는데도 주력 기업이 퇴출 대상으로 정해진 곳은 해태 하나밖에 없다”면서 “부실기업 판정은 완전한 실패작”이라고 혹평했다.
빅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예컨대 현대자동차의 가동률이 50%에 불과하고 부채비율도 과다한 상황에서 부실한 기업을 인수하면 가동률이 더 떨어지고 수익을 내기도 어렵다는 것.
마빈지점장은 삼성전자와 LG반도체의 빅딜은 다소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현대자동차와 삼성자동차, LG화학과 현대석유화학의 빅딜은 어느 한쪽의 우량기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긴축통화와 고금리정책도 잘못된 처방이라는 견해를 폈다. IMF 구제금융신청 이후 한국에 들어온 5백억달러 중 금리 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돈은 20억달러에 불과하며 만일 금리가 떨어졌다면 더 많은 외국자금이 유입됐을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한국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보철강 해태 한화 기아등을 즉시 퇴출시키고 △은행 투자신탁 증권 보험사등에 공공자금을 투입해 자본을 재구성하고 △긴축통화를 포기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