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 나산부인과 정문. 셔터가 굳게 내려진 가운데 ‘내부 수리중’이라는 종이 쪽지만 댕그러니 걸려 있었다.
지난 3월 산부인과를 통해 매매된 영아가 지하철에서 속칭 ‘앵벌이’에 이용되고 있다는 동아일보의 보도가 나간 뒤 나산부인과는 문을 닫았다. 그러나 잠적한 남소자부원장(56)은 수배 3개월여가 흐르도록 행방조차 묘연하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 병원 간호조무사 이수정씨(36)와 앵벌이 조직원 등 5명을 구속하고 7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선에서 수사를 종결했다. 5월 수원 지하철수사대가 추가로 구속시킨 앵벌이 5명을 포함하면 이번 사건으로 모두 10명이 구속되고 12명이 불구속 입건된 셈.
하지만 구속된 대부분이 ‘힘없고 백없는’ 앵벌이로 경찰은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근본 원인을 제공한 단 한명의 산부인과 의사도 사법처리하지 못했다.
남씨에게 지인(知人)을 통해 수차례 자수를 권유했다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전해들은 것이 고작. 수사 인력 부족을 이유로 이미 오래전에 추적조차 포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도된 나산부인과 이외에 다른 병원에 대한 수사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시간이 이대로 흘러간다면 남씨는 세인(世人)의 기억속에서 사건이 잊혀질 때 쯤 ‘제발로 걸어나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벌금을 내는 정도로 면죄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사건 이후 앵벌이 아이들을 돌봐온 사회사업가 김모씨(40)는 “아무런 의사능력이 없는 아이들의 인생을 망가뜨린 책임은 오히려 ‘배울만큼 배운’의사들에게 있다”며 “이들에 대한 단죄(斷罪)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하철에서 껌을 파는 아이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