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서울대공원이 ‘곰 가족’때문에 울상이다. ‘흉년에 흥부네집 식구만 느는 꼴’이라고 푸념이다.
동물가족에 새 식구가 태어나면 경사로 치는 것이 상례. 하지만 요즈음 대공원관계자들은 새로 태어난 ‘곰돌이’가 귀엽지 않다. 식성 좋고 우리도 넓게 차지하는 곰가족이 너무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초 희귀종의 하나인 에조불곰이 새끼를 낳을 때만해도 대공원은 축제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이후 유럽불곰과 에조불곰은 약속이나 한듯 거의 매달 새끼를 순산, 대공원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올해초만해도 7마리에 불과하던 곰가족은 7개월사이 30여마리로 불어났다.
당장의 문제는 ‘주택난’. 3개의 우리에 30마리가 들어가 살아야하니 15평 남짓한 우리가 터져나갈 지경이다.
IMF경제위기로 이들의 식대를 마련하는 것도 고민거리. 하루에 5∼6㎏씩 먹어대는 대식가이기 때문에 30마리가 먹어치우는 사료만해도 1백80㎏에 이른다. 하루평균 25만2천원어치를 먹어치우는 셈이어서 대공원 살림에 주름살을 안겨주고 있다.
비상이 걸린 대공원측은 남아도는 곰을 싼값에 다른 동물원에 팔거나 다른 동물과 ‘맞바꾸기’도 추진해보았지만 다른 동물원에서도 “곰은 충분하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대공원 관계자는 “날씨가 더워지고 공간이 줄어들면서 곰들 끼리 싸움이 잦아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싸우다 서로 물어 뜯는 사고나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한숨.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