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봉시대를 살아가는 샐러리맨에게 현실은 온통 우울한 잿빛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샐러리맨이 모두 감봉시대를 살아간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이 어려운 시대에도 임금이 더 두툼해진 샐러리맨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라면업체 농심은 최근 기본급을 4.5% 인상했다. 라면이 IMF시대형 음식으로 떠오르면서 1·4분기에 지난해 대비 매출액이 30% 넘게 상승한 것이 임금인상이라는 ‘시대착오적’결단을 내리게 된 배경이다.
회사는 “IMF쇼크가 어디로 튈지 모를 상황이지만 30년간 지켜온 노사화합정신을 살려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임금인상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외국기업에 인수합병(M&A)되면서 시너지효과를 타고 임금인상조치를 취한 곳도 있다. 올 1월 미국회사 P&G가 쌍용그룹으로부터 인수한 쌍용제지는 임금을 7% 인상했다.
순국내기술로 수출시장을 개척해나간 중소업체들 가운데도 소리없이 인금인상조치를 취한 곳이 있다.
오토바이 헬멧 한가지로 세계시장을 평정한 홍진크라운사는 전체직원 2백70여명의 임금을 9% 인상했다. ‘HJC’라는 고유브랜드로 6년간 미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달려온 이 회사는 환율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라는 ‘터보엔진’까지 달면서 더욱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순이익이 매출의 30%에 육박하는 반도체기기업체 미래산업은 4월1일자로 최고 17%까지 임금을 인상했다.
이들 기업들은 모두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임금인상소식이 동종업계에 위화감을 낳을까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미래산업의 남영덕(南榮德·35)인사과장은 “모두들 어려운 시기여서 밖으로 내색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털어놨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