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나는 아내의 소중함을 모르고 방황하는 정호(김승우 분)와 가장 닮았다. 지금은 셋이 됐지만 아이가 하나였던 시절, 사랑 가정 이혼같은 단어들을 심각하게 떠올렸었다.”
MBC 미니시리즈 ‘추억’(월화 밤9·55)의 이창순PD(40).
파리 날리기 십상이라는 30대의 사랑 이야기를 흥행물로 끌어올린 멜로물의 선두주자, 무엇보다 탤런트 원미경의 남편이라는 호칭에서 ‘독립’에 성공한 ‘스타 PD’.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이다.
새로운 삶을 위해 이혼을 선택한 인영(최진실)과 정호의 애증을 그린 그의 드라마는 30%를 웃도는 높은 시청률로 ‘애인’ ‘신데렐라’에 이어 그의 히트작 목록에 등록됐다.
그는 ‘추억’을 ‘30대의 터널’을 지났다는 세대적 공감대뿐만 아니라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고백이자 ‘반성문’이라고 말한다.
“94년부터 2년간 미국에 혼자 있으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 몹시 후회하고 있을거예요.”
그의 고백이 암시하는 것처럼 드라마 ‘추억’의 인영과 정호도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과정을 거쳐 재결합이라는 예정된 결론을 향하고 있다. ‘애인’에서 ‘추억’까지 그의 드라마들은 불륜을 조장하고 선정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주인공들은 예외없이 가정의 울타리로 돌아갔다.
그의 본심은 무엇일까.
“불륜이나 일탈을 무작정 그리지 않았고 오히려 이상적 형태의 ‘가정’에 관심이 많다. ‘애인’ ‘추억’ 모두 부부로서 결함이 있는 남녀가 만나 고통을 겪으면서 성숙되는 과정에 초점을 둔 것이다. 또 섹스가 전부는 아니지만 섹스를 뺀 채 부부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발상이 신기할 뿐이다. ‘나도 그럴 수 있다’는 현실성이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는 또 “내가 경험한 이야기를 가장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정을 중심으로 한 30대의 이야기를 화두로 삼아왔다”면서 “이 작품이 끝난다면 다른 주제를 다룰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