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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 진행방향]물증확보뒤 정치인 소환할듯

입력 | 1998-07-14 19:37:00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이 13일 청구그룹 장수홍(張壽弘)회장으로부터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철저한 증거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혀 정치권 사정(司正)의 결과가 주목된다.

검찰의 정치권 사정에 대한 접근자세는 신중하다. 검찰은 문민정부 출범 초기 슬롯머신사건과 관련해 자민련 박철언(朴哲彦)의원을 구속했다가 표적수사시비에 휘말린 뼈아픈 경험이 있다.

검찰은 김대중(金大中)정부에서도 ‘표적수사’‘권력의 시녀’라는 비난을 받게 되면 사정의 실효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피의자나 참고인의 자백이나 진술이 있더라도 물증을 확보한 뒤 해당 정치인을 소환조사하는 정공법(正攻法)을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검찰의 정치권 수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총장이 수사가 진행중임을 공식확인했고 수사관계자들도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해 수사에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정치권 관련 수사의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수사전망을 가늠한다.

▼ 장수홍리스트 ▼

검찰은 청구그룹 장회장이 빼돌린 회사공금의 행방을 캐면서 의외의 진술을 얻어냈다.

청구그룹 관계자들이 장회장의 비자금 사용처를 진술하면서 김경회(金坰會)전철도청장을 뇌물수수혐의로 구속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냈다. 이들은 정치권으로 흘러간 돈의 액수도 진술하기 시작했다.

수사진은 “장회장이 모의원에게 갖다줘야 한다면서 몇억원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는 등의 진술을 확보하고 이를 장회장에게 확인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현재 장회장이 정치자금을 전달한 6,7명의 정치인과 돈의 액수를 파악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장회장의 비자금 계좌도 발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은 장회장이 진술을 번복하고 돈받은 정치인이 부인하더라도 결국 자백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 요인이 될 물증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 김선홍리스트 ▼

검찰은 기아그룹 김선홍(金善弘)전회장이 계열사에서 조성한 비자금의 사용처를 쫓고 있다.

검찰은 이미 기아그룹 계열사인 ㈜기산이 한나라당 이신행(李信行)의원이 사장으로 재직할 때 1백3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약 1백억원의 행방은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은 또 이기호(李起鎬)전종합조정실사장이 4·11총선 직전 ㈜기산이 보유중이던 주식을 팔아 18억원을 현금으로 챙긴 사실을 확인하고 계좌추적과 기아그룹의 회계장부를 통해 사용처를 밝혀내기 위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 신구범 전제주지사 ▼

검찰은 신구범(愼久範)전제주지사가 제주 컨벤션센터의 건축비 1억원을 유용했다는 고발장의 주장 외에도 비영리재단인 은혜마을의 기부금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검찰은 신전지사의 계좌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지만 구체적인 성과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신전지사는 단식농성을 벌이며 반발하고 있다.

▼ 한국통신 정치자금사건 ▼

경찰청 조사과는 한국통신의 실장급 간부 2명이 비자금 1억원을 만들어 한나라당에 대선자금으로 전달한 혐의를 포착하고 이를 한국통신에 통보하는 것으로 일단 수사를 끝냈다. 실장급 간부 2명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직했다.

▼ 수사전망 ▼

검찰이 정치인이 받은 돈의 규모를 밝혀내더라도 사법처리를 전제로 정치인을 소환할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돈을 준 사람에게 반대급부를 준 대가관계가 분명치 않은 정치자금에 대한 사법처리를 놓고 고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정치권에 대한 개혁의지에 따라 정치권을 사정하면서도 정치보복의 인상을 주지않기 위해 처벌을 피하면서 정치인이 받은 돈을 발표하고 정치개혁의 계기를 마련하는 선에서 끝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