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박세리 선수의 승전보가 잇따라 날아오자 일각에서 골프 조기교육바람이 일고 있다고 한다. “골프는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배워야 대성할 수 있다”며 골프장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식이다.
모든 스포츠나 음악이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배우는게 낫다. 그런 점에서라면 골프도 조기교육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골프 조기교육 바람은 곰곰이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좀 지난 통계이지만 92년 골프산업연감에 따르면 세계 골프인구는 5천만명에 육박하는데 56.4%가 미국인이고 30%가 일본인이다. 그렇게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스포츠가 아니라는 얘기다. 무덥고 강우량이 여름에 집중되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골프장에 적합한 잔디밭을 조성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IMF체제를 맞아 대다수 서민이 고통을 겪고 있다. 수많은 실업자가 양산되고 가정과 일터, 지역공동체가 일거에 와해돼 가고 있는 상황이다. 박세리 선수의 쾌거를 빌미로 골프대중화 어린이 골프교육 활성화를 운운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박선수의 사교육비가 매월 수백만원을 넘었다고 한다. 사실여부를 떠나 골프 교습비가 엄청난 비용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육성회비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학생, 결식아동이 늘어가는 현실에서 골프 조기교육 바람은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 소수 상류계층의 자녀들에게나 가능한 특수교육이기 때문이다.
이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