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에 관한 최고 헌법기구인 국가안보회의가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려 북의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결서를 채택했다. 북한은 이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북한이 도발행위를 계속하면 우리 정부는 확고한 응징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의결서가 국민여론에 못 미친다는 일부 비판이 있음을 감안해서도 정부는 이의 실천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말만의 경고로 끝나서는 안된다.
안보회의는 최근 두차례에 걸친 북측의 무장간첩 침투를 중대한 도발행위로 규정했다. 북의 침투는 유엔사와의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남북한 사이의 자율적 약속인 남북기본합의서를 무시한 도발이다. 기본합의서에 따라 남북간 화해 협력은 계속 추진하겠지만 북의 도발책동에 대해서는 우방들과 손잡고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것이 안보회의 의결서에 담긴 정부의 의지다.
미국 정부도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예정해 놓았던 한미 실무회의를 이미 취소했다. 지금까지 북한에 다분히 유화적이던 미국의 태도변화는 국제사회에 그대로 전파될 것이다. 정부는 또 북한의 도발에 대한 설명서를 유엔 안보리에 보낼 방침이다. 북한이 이를 과소평가한다면 국가체면을 유지하기조차 어려운 날이 멀지 않아 닥칠지도 모른다. 북한은 하루빨리 도발행위를 시인 사과하고 책임자 문책과 함께 재발방지 약속을 공표해야 한다. 그것만이 스스로의 불행을 최소화하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북한이 설령 오판할 경우라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아야 할 것이 우리의 국가안보다. 그런 점에서 안보회의가 군의 해상 해안 경계태세 강화와 한미 군사협력, 민관군(民官軍)통합방위체제 활성화를 의결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해안 경계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는데도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다. 이런 문제로 건군 50주년을 맞는 국군이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면 안타까운 노릇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안보회의에서 안보분야의 신상필벌을 강조했다. 필요하면 문책을 통해 군의 기강을 바로잡고 사기를 북돋워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더불어 북측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미연합사의 사전 정보공유와 분석활동도 더욱 강화돼야 한다.
북의 끈질긴 대남(對南)도발을 막아내는 데는 군뿐만 아니라 전국민적 통합방위체제가 필수적이다. 모든 국민의 자발적 안보태세를 전제로 개선된 것이 지금의 민관군통합방위체제라면 전후방에서 이 체제의 효율적 가동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대북 햇볕정책도 이런 바탕 위에서만 가능하다. 대북 화해협력이 중요하지만 북의 도발을 방지하는 과제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