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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25시]남자농구대표팀 사연많은 태릉선수촌 입촌

입력 | 1998-07-15 19:45:00


남자농구대표팀이 지난주 태릉선수촌에 입촌했다. 29일부터 그리스에서 열리는 제13회 세계농구선수권대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대표팀의 선수촌 입촌이 무슨 뉴스거리냐고 하겠지만 남자농구의 경우는 다르다. 축구와 함께 ‘기피종목’으로 찍혀 선수촌 입촌 대상에서 번번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남자농구가 처음 눈밖에 난 것은 94년초. 당시 태릉선수촌엔 히로시마아시아경기에 대비, 각 종목 선수들이 훈련중이었다.

발단은 다른 종목 코치들이 터뜨린 불만. 내용은 메달 한개라도 더 따기 위해 모든 선수가 땀흘리고 있는 터에 남자농구 선수들이 분위기를 흐린다는 것.

훈련태도도 엉망이고 밤 늦도록 전화통에 매달리거나 걸핏하면 밤에 나가 술마시고 들어온다며 남자농구팀을 촌외로 내보내달라는 연판장까지 돌렸다.

이에 선수촌측은 농구 관계자를 만나 “훈련비를 따로 줄테니 촌외훈련을 하라”고 선언했다.

이때부터 남자농구팀은 태릉선수촌에서 찬밥신세. 28년만에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제패한 지난해에도 대표팀이 태릉선수촌에 몸담았던 기간은 잠깐.

농구인들은 “농구선수들은 키가 커 남의 눈에 잘 띄는 바람에 표적이 된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키로 볼 때 농구선수에 버금가는 배구선수들은 도마위에 오른 적이 없다.

그동안 농구선수들의 훈련태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 도중 터진 선수들의 음주사건을 봐도 그렇다.

이번에도 선수단은 처음에 촌외훈련을 염두에 뒀다. 그러나 “이제는 이미지를 개선해야 할 때”라는 주위의 권유에 따라 태릉선수촌에 입촌을 간청했다고 한다.

농구대표선수들은 대부분 거액의 연봉을 받는 프로. 그러기에 다른 종목 선수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기 십상이다.

이번 태릉선수촌 입촌이 남자농구가 ‘성실한 프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최화경기자〉bb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