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설비를 뜯어 외국으로 보내자.’
자동차 석유화학 정유 등 주력산업의 설비과잉 문제 해결법으로 ‘설비수출’이 부상하고 있다.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이 연초 이를 제기했을 때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산업가동률이 계속 바닥권을 헤매면서 점차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철강이나 석유화학 과잉설비를 중국에 싸게 수출하는’방안을 제시했다.
김회장은 연초엔 대우자동차가 세계 도처에 생산라인을 가동해 가동률을 높인 것처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한 라인씩 설비를 뜯어 외국에서 가동하면 두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고 주창했다. 이를통해 ‘설비+인력이전’방식으로 실업률도 낮추고 과잉생산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현재 국내 자동차업체의 총 생산능력은 4백53만대. 반면 내수와 수출은 올해 2백만대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40%대로 떨어진 가동률이 올라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유화산업도 에틸렌 기준으로 세계 5위권인 5백만t의 설비를 갖추고 있으나 물량의 30∼40%를 소화했던 동남아 및 중국시장이 위축돼 하반기에는 수출채산성이 극히 악화될 것이 확실하다. 하루 2백40만배럴의 원유를 소화하는 정유산업도 수요를 30% 이상 넘어서는 과잉상태.
김회장의 주장에 대해 업체 관계자들은 대체로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입장. 중국전문가들은 특히 중국정부가 장기적으로 기간산업인 철강 및 유화 정유의 생산능력 확충에 큰 관심을 갖고 있어 김회장의 ‘한중(韓中) 빅딜’발언이 아이디어차원을 넘어 실현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