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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관家 도예전 紙上감상]「히바카리」「지두문 주병」…

입력 | 1998-07-22 19:03:00


‘히바카리’는 심수관가(家)의 초대 심당길(沈當吉), ‘지두문 주병’은 2대 심당수(沈當壽), ‘음각초화문 주병’은 3대 심도길(沈陶吉)의 작품. 한결같이 조선 도자기의 향기를 짙게 머금고 있다.

심수관가의 작품들은 4백년을 이어내려오는 동안 일본풍으로 변했지만 초기 작품에는 조선의 흔적이 뚜렷하다. 일민미술관(동아일보 광화문 사옥)은 1층 전시장에 이들 세 작품을 나란히 진열해 3백∼4백년전 일본속 조선 도공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히바카리’는 조선의 사발과 닮은 찻그릇. 아무런 문양이 없지만 ‘불(火)만’을 뜻하는 ‘히바카리’란 이름은 조선 도공의 민족혼을 웅변하고 있다. 불만 일본의 것을 썼고 흙과 유약, 손과 도혼(陶魂)은 조선의 것이라는 외침.

‘지두문 주병’은 단아한 겉모양에 맵시있는 손놀림을 살렸다. 일정한 간격의 물결이나 회오리 무늬는 당시 일본에서는 첨단 기법. 흑토(黑土)로 성형한 겉모양에 백토(白土)를 바른 다음 물레를 돌려가며 유약을 떨구고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여 문양을 빚어냈다.

‘음각초화문 주병’은 검은 색의 작은 항아리. 심수관가가 종가인 사쓰마자기의 두 줄기인 구로(黑)와 시로(白) 가운데 구로사쓰마의 원형을 보여주고 있다. 구로사쓰마는 당시 서민들의 생활용기로 많이 쓰였다. 3대에 내려오면서 조선의 도자기가 서서히 사쓰마자기로 변해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셈이다. 나비와 꽃, 풀을 단아하게 음각해 조선 백자의 문양을 보는 듯.

전시는 휴관일없이 8월10일까지. 월∼토 오전10시∼오후7시, 일 오전11시∼오후5시. 02―721―7772, 7776

〈허 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