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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홍찬식/차범근의 충격발언

입력 | 1998-07-22 19:16:00


프랑스 월드컵 대회 도중 차범근감독이 경질됐을 때 국내 여론은 7대 3 정도로 반대의견이 우세했다. 대회가 끝난 후 책임을 물어도 늦지 않으며 남은 경기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었다. 외국 언론에서도 ‘성급한 대응’이라는 비난의 소리가 높았다. 홀로 프랑스를 떠나 김포공항에 도착한 차전감독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차전감독의 섭섭한 마음은 충분히 짐작이 갔다.

▼마침내 말문을 연 차전감독이 연이은 충격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 축구계는 정치판과 같다” “국내 프로축구에 승부조작이 있다”고 주장했다. 얼마전 중국 프로축구팀 감독에 발탁된 후에는 “중국팀을 이끌고 2002년 월드컵에 참가하는 것이 꿈”이라며 “한국팀이 나와 경기를 벌인다면 마음속으로 두려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축구계의 고질적 병폐를 지적한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한을 품은 듯한 내용이어서 ‘차범근 괴담’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보도 내용만으로 차전감독의 진의를 파악하기 어렵긴 하지만 먼저 신중치 못한 몸가짐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축구에 발전적 충고를 하려는 뜻이었다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다. 월드컵 참패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마당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차전감독은 지난 월드컵의 패장이 아닌가. 한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던 공인(公人)으로서 패배의 책임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축구계가 차전감독의 발언을 개인적 불만에서 비롯된 돌출발언으로 몰아붙이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간 축구계가 혼연일체가 되어 큰 경기에 대처한 적이 몇번이나 있었는지 묻고 싶다. 2002년 월드컵을 위해서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