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도시에서 잠시 떠나있는 시간, 휴가철엔 한 권의 소설이나 에세이와 동행하면 어떨까. 소나기 끝, 맑게 씻긴 바람결에 묻어나는 솔잎 향 같은 내음이 풍기는 그런 책이라면 더욱 좋고.
먼저 종합순위. 대숲에 내리는 겸허한 싸리눈 같기도 하고, 슬그머니 발등에 올라앉는 풀여치의 감촉 같기도 한 법정스님의 법문집 ‘산에는 꽃이 피네’(동쪽나라)가 여전히 선두.
이 소란한 시대, ‘가끔은 옆구리에서 시장기 같은 외로움을 느껴야 자기 존재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다’는 스님의 말씀이 위안처럼 다가온다.
프랑스 작가 장 피에르 다비트의 ‘다시 만난 어린왕자’(이레)도 계속 상승세.마침내 종합순위에 뛰어들었다.
한동안 삼파전을 벌였던 소설시장은 은희경의 ‘아내의 방’(문학사상사)이 주춤하는 사이, 김진명의 ‘하늘이여 땅이여’(해냄)와 김주영의 ‘홍어’(문이당)가 치열한 수위다툼.
여기에 새로운 감각과 기법으로 세기말의 나른한 징후를 포착해 내는 30대 작가 전경린의 ‘바닷가 마지막 집’(생각의 나무)이 합류했다.
순수한 창작집으로는 드물게 상위권에 떠올라 또 다른 신선감을 준다. 불온한 유혹 속에 생에의 강렬한 의지를 ‘얹는’ 그의 소설. 작가의 은밀하고 뜨거운 목소리가 귓전을 속삭인다. ‘산다는 것은 결국 예측불가능한 지뢰밭을 통과하는 거야….’
자연과학 부문에서는 국내 유일의 과학전문 출판사인 사이언스북스가 ‘도둑맞은 미래’(테오 콜본)와 ‘마이클 조던이 공중에 오래 떠있는 까닭은’(수잔 데이비스) 등 2종을 나란히 순위에 띄워놓고 있다.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