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잘 다녀왔습니다. 부장님. 저와 집사람이 소비자 입장에서 우리회사 제품의 진열상태를 보고 개선했으면 하는 점들입니다. 영업부에 전해 주십시오.” “휴가를 다녀온 사람이 웬 보고서?”
서로 눈치만 보며 휴가 떠나기를 주저하는 요즘. 남대리는 과감하게 휴가신청서를 제출했다. 휴가 첫날 오전. 그는 남산도서관에 있었다. ‘직장생활 7년 동안 나는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점검하기 위해. △몸무게 변화 △감기외에 아팠던 일 △읽은 책 △동창과 직원외에 알게 된 사람의 직업과 이름 △학부형으로서 한 일 △재산 총액 등을 모두 써내려갔다. 오후에는 서울역으로 가 노숙자틈에 끼었다가 줄을 서서 점심도 얻어 먹었다. 스스로를 실직시켜 본 것이다.
둘째날. 퇴직당해 생수대리점을 시작한 친구에게 가 물통을 함께 나르며 장사얘기를 들었다. 스스로 사직해 출판사를 경영하는 친구의 손바닥만한 사무실에도 들렀다. 교회 부목사인 선배를 만나 남다른 인생관도 들었다. 저녁 때 생맥주와 통닭을 파는 친구 가게에서 다양한 ‘먹고 사는 방법’에 대해 친구와 얘기했다.
마지막날. 아내와 어린 아들을 태우고 국도를 통해 서산을 지나 바닷가로 나가면서 자기 회사제품을 팔고 있는 가게 20여곳에 들러 진열상태를 둘러봤다.
IMF체제가 요구하는 것은 ‘노동량’이 아니라 ‘생산성과 효율’이다. 회사가 요구하는 것은 ‘연장근무’가 아니라 ‘창의력과 성과’다. 가족이 요구하는 것은 ‘많은 월급’이 아니라 ‘일과 고정된 수입’이다. 우리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휴가포기’가 아니라 ‘자기혁신’이다.
김원규(퍼스널석세스아카데미·PSA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