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아이스발레 예술의 결정체로 꼽히는 상트 페테르스부르크 아이스발레단이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을 갖는다.
기존의 눈요기용 ‘아이스 쇼’를 연상하면 곤란하다. 이들의 공연은 ‘토슈즈 대신 스케이트를 신은 발레’로 일컬어진다. 완벽한 무대장치 아래서 발레의 섬세한 표현력과 피겨 스케이팅의 화려한 기교를 갖춘 무용수들이 세심하게 연출된 고전예술을 펼쳐내기 때문이다. 내한공연에서 선보이는 레퍼토리 역시 차이코프스키 작곡의 고전발레로 유명한 ‘호두까기 인형’과 ‘백조의 호수’.
상트 페테르스부르크 아이스발레단은 67년 창설됐다. 고전 발레의 대가인 보얀스키가 러시아 고전발레와 피겨 스케이팅의 현대적 기법을 접목시켜 새로운 예술의 신천지를 개척한 것. 이후 이 발레단은 전세계에서 5천여회의 공연을 가지며 무용팬과 피겨 애호가들을 사로잡아왔다. 95년 북미 순회공연부터는 스케이트 링크 대신 완전한 발레 무대장치(프로시니엄)를 갖춘 오페라극장에서 공연을 갖기 시작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무대장치 및 소품과 함께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3㎝ 두께의 얼음을 얼리기 위한 장비가 러시아에서 특별 공수된다.
상트 페테르스부르크 아이스발레의 명성은 무엇보다 쟁쟁한 단원들의 기량에서 비롯된다. 1백여명의 단원중 30여명이 세계 피겨 스케이팅 대회의 메달리스트 출신. 이번 공연에서도 루드밀라 벨로소바, 올렉 프로토바 등 세계 피겨 스케이팅 챔피언과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쟁쟁한 면면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메달만이 자격의 전부는 아니다. 정식 단원이 되려면 누레예프와 바리시니코프가 공부했던 러시아 발레 아카데미를 수학해야 한다. 러시아의 대외 문화창구로 이름높은 키로프(마린스키)극장의 전통이 아이스 발레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 것. 이번 공연 안무 연출자인 콘스탄틴 라사딘 역시 바리시니코프와 어깨를 나란히 한 키로프 발레단의 유명 솔로 발레리노 출신이다. 한국공연에 앞서 4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잠자는 숲속의 미녀’공연에서는 원작 발레의 우아한 동작을 살리면서 피겨 스케이트의 고난도 기교를 보이는 화려한 기량에 관객들이 아낌없는 찬사와 탄성을 보냈다.
내한 일정(8월15일∼30일)중 화∼금요일은 오후7시반 ‘호두까기 인형’이 공연되며, 토요일은 오후4시·7시반, 일요일은 오후2시·5시반(30일은 2시 1회공연) ‘백조의 호수’가 무대에 오른다. 02―368―1515(MBC)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